11. March 2013, 11:05:48 KST

햄버거 패티나 뒤집는 ‘J1 인턴십 비자’

By Miriam Jordan, Kris Maher and Julie Jargon

아르헨티나 대학생 조지 리오스는 미국 정부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돈도 벌면서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가 비용으로 3,000달러나 쓰고 이제와서 느끼는 것은 고용주이자 집주인인 맥도날드 가맹점주의 손에 자기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 뿐이다.

이번주 리오스와 14명의 다른 외국인 학생들은 맥도날드 매장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 펜실베니아 해리스버그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수준 이하의 주거시설에서 지내야 했다며, 미 국무부와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후다.

7일(목) 휴대폰으로 통화가 된 문제의 가맹점주 앤디 청은 너무 바빠 질문에 답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대변인은 회사가 학생들의 진정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며 청을 대신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직원들의 복지를 최우선시한다. 초청근로자 신분으로 일하는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 의회가 이민법 개혁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 특히 임시근로자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창설하고, 관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애리조나 상원의원 존 맥케인은 이번주 1,100만 명의 불법체류자들에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기본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자 프로그램 개혁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특히 저숙련노동에 의존해 사업을 하는 고용주들이 직면한 어려움도 드러낸다. 이들은 불법이민자 고용에 대한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

해리스버그 가맹점에서 일하는 학생들은 여름방학 단기 인턴십(Summer Work Travel Program)으로 미국에 왔다. 국무부 사이트는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사이 스키 리조트나 세차장, 패스트푸드 매장 등에서 필요로 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충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돼 왔다고 비난한다.

LA 이민전문 변호사인 칼 셔스터만은 “한마디로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대체 언제부터 햄버거 고기 뒤집는 게 문화교류가 됐나?”고 반문했다.

이민전문 변호사들은 J-1 비자 프로그램이 숙련노동자 수급을 위한 H-1B나 계절성 농업분야 인력 수급을 위한 H-2A 등 다른 임시근로자 프로그램과 동일한 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2011년 여름방학 단기 인턴십으로 미국에 온 외국인 학생의 수는 10만9,000명 정도다.

찰스 커크 사업이민전문변호사연합(ABIL) 대표는 “저숙련 노동자를 활용하는 고용주들은 요즘 구인난에 처해 있기 때문에 J-1 같은 프로그램을 악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 대변인은 사측이 인력수요의 계절성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 혹은 인구가 적은 지역 가맹점들이 초청근로자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매년 몇 명이 채용되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해리스버그점의 외국인 학생들(말레이시아, 중국, 페루, 칠레 등)은 대학 게시판과 웹사이트에 게재된 광고에 혹했다고 말했다. ‘아웃오브더박스 개인개발’이라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소재 회사는 “미국에서 생생한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선전한다.

리시우인 아웃오브더박스 이사는 “주거 문제 말고는 여타 학생들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학생들이) 만족스러워했다”며 이번 사태에 놀라움을 표했고, 학생들에게 연락을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학생들은 미국에 도착하면서 해리스버그 맥도날드점 세 곳 중 한 곳에 배정을 받았다고 한다. 일부는 근로 시간이 너무 짧아 상사이자 집주인인 가맹점주가 월급에서 집세를 제하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으며, 일부는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한 채 25시간을 연속으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 중순경 미국에 왔다는 리오스는 “미국에 온 후 번 돈은 전부 지하실 월세내는 데 들어갔다”고 말한다. 그와 같은 가맹점에서 일하는 다섯 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방 하나짜리 지하 원룸에서 함께 지낸다. 리오스는 시간당 7달러25센트를 받고 일주일에 25시간을 일했으며 가맹점주인 청은 그렇게 받은 주급에서 집세로 75달러씩 떼어갔다.

미 국무부가 인정한 업체 지오비전(뉴햄프셔 소재)이 제공한 리오스의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청은 일주일에 40시간 근로시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사업상의 필요나 날씨, 실적에 따라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고 나와있다.

국무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학생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았으며, 수준 이하의 주거 환경에서 살아야 했고, 이 문제를 표면화할 경우 해고 혹은 강제추방을 당할거라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23세의 카인리는 청의 아들이 소유한 집 지하 조그만 원룸에서 커텐을 가림막 삼아 여덟 명의 남녀 학생들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주급 250달러를 받아 집세와 식료품비를 제하고 나면 적자다. 이번주 맥도날드에서의 근로 계약이 끝나지만 여행경비도 없어 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케빈 모건 지오비전 CEO는 청의 가맹점과 지난 4년간 협력해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원인을 살펴보겠다.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하거나 본 프로그램의 목적인 문화교류를 경험하지 못하게 내버려두진 않겠다.”

국무부측은 목요일 학생들을 인터뷰했고,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나 아벤다노 미국 노동총동맹(AFL-CIO) 이민∙지역사회활동 프로그램 책임자는 J-1 비자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1961년 의회가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공고히하기 위해” 만든 J-1 비자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으며, 지난해 5월 국무부는 “근로에만 기반한 문화교류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에 불충분하다”며 규정을 강화했다.

대부분 이번이 첫 미국 방문이라는 해리스버그 가맹점 학생들은 문제 제기 후 지하 원룸에서도 쫓겨났다. 리오스는 친구들이 눈물을 쏟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했다며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 끔찍했던 미국 체류 경험을 잊고 싶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