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쌤: 이 글은 바로 앞에 게재 된 “<생각의 지도> - 미국 유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강상흥: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방식의 차이들을 알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서양의 본성론 vs. 동양의 상황론

강상흥: 살인 사건을 다룰 때, 서양인들은 사람의 본성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동양인들은 상황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런 차이점은 다음 질문의 답이 됩니다.

강상흥: 1991년 10월 31일에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University of Iowa)에서 끔직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때, 저는 University of Florida에서 박사과정을 막 시작할 때였는데 TV에 비친 범인의 얼굴은 동양인이었어요. ‘루강’이라는 중국인 학생이더군요. 그는 아이오와 대학교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대학원생이었어요.

은초롱: (관심을 보이며) 그는 왜 살인을 저질렀어요?

강상흥: 우수 논문 경연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것과 조교수직을 얻는데 실패한 것에 원한을 품고 연구실에서 자신의 지도 교수를 총으로 쏜 다음에 학교 근처에 있던 다른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총을 난사한 후 결국 자살했습니다. 미국 신문들은 개인의 성향과 상황 중에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췄을까요?

은초롱: 개인의 성향이요.

강상흥: 그렇습니다. 미국 신문들은 루강의 심리적 약점들인 ‘성격이 안 좋았다’, ‘본성이 악했다’ 등과 심리적인 문제들인 ‘성공과 파괴에 몰두한 어두운 성격’, ‘남이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향’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중국 신문들은 개인의 성향과 상황 중에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췄을까요?

은초롱: 상황이요.

강상흥: 맞습니다. 중국 신문들은 주로 루강의 생활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즉, 루강의 인간관계인 ‘지도 교수와의 불화’, ‘학교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 중국 사회의 학력에 대한 압박, 총기 구입이 쉬운 점 등을 그 사건의 원인으로 분석했다고 합니다.

은초롱: 선생님, 중국 신문들은 ‘루강’이 자기 나라 학생이니까 학생 탓이 아니라 환경 탓으로 돌린 것은 아닐까요?

강상흥: 중국 신문들은 민족주의 때문에 그랬다는 것인가요?

은초롱: 예.

강상흥: 좋은 지적이네요. 하지만 민족주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1991년 11월 14일에 비슷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미시건 주에서 우편배달부로 일하던 ‘토머스 매킬베인’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사건 당일에, 그는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에 들어가서 자신의 상사와 동료, 그리고 고객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는 자살합니다. 이번에도 미국 신문들은 매킬베인의 내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췄고 중국 신문들은 상황적 요인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이 두 사건의 연구자들이 사후 가정적인 질문을 중국 학생들과 미국 학생들에게 던졌을 때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다음은 111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상황 요인들을 제시하고 ‘이 요인들이 달랐더라면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래도 발생했을까’를 물었다. … 그 결과, 중국 학생들은 상황이 달랐더라면 살인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에, 미국 학생들은 살인 사건의 원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그 사람의 내부적 특성 때문인 만큼 상황이 달랐어도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상흥: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서양인들은 특정적인 사건을 제시하여 그것의 원인을 살피는데 반해 동양인들은 전체적인 맥락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즉, 서양인들은 특정적인 것을 분석하는 것인데 반해 동양인들은 전체적인 것을 종합하는 것이죠.

은초롱: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와 11번 질문의 연관 관계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서양인들은 특정적인 사건의 원인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why?라는 질문을 자주 던집니다. 즉, 특정적인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라고 묻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원인에 맞는 증거들을 찾아내는 것이 훌륭한 역사적 사고라고 강조합니다. 반면에, 동양인들은 중요 사건들을 연대 순으로 나열하고 각 사건들의 연관 관계를 찾으려고 합니다. 사건들이 연대 순으로 나열되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집니다.

은초롱: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지나요?

강상흥: ‘한 사건이 앞 뒤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려고 하므로 ‘어떻게 관련이 있는가?’라고 묻지 ‘왜 관련이 있는가?’라고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동양적 사고방식은 영어를 배울 때 치명적인 단점으로 부각됩니다. 다음은 125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미국 교사로서 일본 학생들의 에세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글 속에는 어떤 인과 관계도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이 가장 초보적인 논리이다.”

범주를 중시하는 서양 vs.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강상흥: 서양인들은 공통의 속성을 지닌 것들을 같은 범주(category)로 분류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반면에 동양인들은 사물들 사이의 관계(relation)를 중요시합니다. 이런 차이점은 다음 질문의 답이 됩니다.

은초롱: 왜 닭과 소를 선택하면 서양의 범주와 관련 있고, 소와 풀을 선택하면 동양의 관계와 관련 있나요?

강상흥: 닭과 소는 동물이라는 공통의 속성을 지니므로 동물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풀은 식물이기 때문에 닭이나 소와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없죠. 닭과 소, 닭과 풀은 특별한 관계가 없지만 소와 풀은 ‘소는 풀을 주로 먹고 산다’라는 관계를 나타냅니다.

은초롱: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와 14번, 15번 질문의 연관 관계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범주는 명사에 의해 표현되고 관계는 동사에 의해 표현되기 때문에 범주를 중요시하는 서양에서는 명사를 강조하고 관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에서는 동사를 강조합니다. 다음은 145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범주는 명사에 의해 표현된다. 어떤 동물이 ‘곰’이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 동물의 특징적인 성질, 즉 커다란 몸집, 커다란 이빨과 발톱, 긴 털, 사나운 모습 등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곰’이라는 명칭을 그 특성들과 결합시키고 나면, 나중에 그런 특성을 가진 동물을 볼 때 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된다. 반대로 관계는 동사에 의해 표현된다. 타동사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두 사물과 그 사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행위를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무엇을 던진다’라는 동사에는 ‘손과 팔을 이용해서 어떤 사물을 새로운 장소로 옮긴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은초롱: 선생님, 서양에서는 명사를 강조하니까 15번 질문에서 차를 권할 때 “more tea?”라고 명사를 언급하고 동양에서는 동사를 강조하니까 “drink more?”라고 동사를 언급하는 겁니까?

강상흥: (웃으며) 맞습니다. 아주 잘 이해하고 있네요. ㅎㅎ

논리를 중요시하는 서양 vs. 중용을 중요시하는 동양

강상흥: 서양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데 그 방법이 바로 형식 논리입니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극단적 명제 사이에서 중도를 탐색하려고 하는데, 바로 이것이 ‘중용’이죠. 이런 차이점은 다음 질문의 답이 됩니다.

은초롱: 선생님, 중용을 취하는 것과 모순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강상흥: 동양의 사고에서 우주는 변화무쌍한 곳이라고 간주됩니다. 변화는 모순을 발생시키고 모순은 다시 변화를 야기시키므로 신/구, 선/악, 강/약이 모든 사물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고 동양인들은 믿습니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모순되는 두 주장들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모순을 혐오하기 때문에 좀처럼 중간 입장을 취하지 않습니다.

은초롱: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와 17번 질문의 연관 관계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중용을 중요시하는 동양에서 종교들은 ‘함께’를 지향합니다. 반면에 논리를 중요시하는 서양에서 종교들은 ‘옳고 그름’을 지향합니다. 동양 종교들은 다른 종교에 대해 매우 관대하고 포용적입니다. 대조적으로, 서양 종교들은 ‘나만 옳고 선하며 다른 것들은 악이다’는 입장이므로 전쟁을 통해 악을 무찌르려고 하는 것이죠.

은초롱: 동양의 중용 사상과 18번, 19번 질문의 연관 관계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동양의 중용 사상은 명백하게 모순되어 보이는 주장들을 동시에 받아들이게 합니다. 예를 들면, 점 집 주인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을 외향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내향적인 면도 있어요, 맞죠.”라고 주장하면 동양인들은 수긍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외향적이지만 내향적이다’라는 뜻이므로 논리적으로 틀린 주장이죠. 서양인들은 이런 주장의 모순을 금방 알아차리기 때문에 점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은초롱: 선생님, 19번 질문은 모순을 쉽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정서와 관계 있습니까?

강상흥: 물론입니다. 모순을 받아들이는 사고 방식과 과학적 사고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과학에서 서로 상반되는 두 주장이 있을 때 중용이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태양이 지구 주변을 돈다’는 천동설과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지동설의 중간이 있을까요? 과학을 공부하는 우리는 사고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용적 사고에서 논리적 사고로요.

[출처] [영어추천도서] <생각의 지도> - 미국 유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작성자 강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