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교토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 12개 대학이 봄 학기제에서 가을 학기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들 대학은 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봄 학기제를 시행해온 일본 대학의 가을학제 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4일 전국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36개 대학이 가을 입학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유럽 등 해외 유명 대학과 일본 대학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학부과정)들이 대부분 3월 봄 학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매년 11월 한 차례 치러져 이 점수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가을 학기를 도입하는 데 장애가 따른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미국·유럽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 대학들도 대부분 가을 학기를 택하고 있다. 이번에 일본이 가을 학기제로 전환할 경우 주요국 중 우리만 봄 학기제를 하는 나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법적으로는 국내 대학도 가을 학기 도입이 가능하다. 2011년 7월 개정 공포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2· 3· 4학기제뿐 아니라, 가을·봄 학기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교과부 구자문 대학선진화관은 "국제적으로 통용성이 높은 가을 학기를 대학이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며 "하지만 입시 제도 등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이 가을 학기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도 가을 학기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학 국제화로 꼽힌다. 가을 입학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대학인 도쿄대는 학부생의 0.4%, 대학원생의 2.1%만 외국에 유학 중이다. 일본 전체의 유학생은 2004년 8만2945명에서 최근 5만명대로 감소했다.

5년 후부터 봄 입학(4월)을 가을 입학제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학제개편 중간 보고서를 최근 발표한 도쿄대는 "외국 대학 대부분이 가을 입학제를 택하고 있어 외국으로 유학 가기도, 외국에서 유학 오기도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각종 국제적 대학평가에서 도쿄대학 순위가 30위에 머문 것도 학기가 달라 외국 교수나 학생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쿄대학의 가을 입학제 도입에 대해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도 최근 "글로벌 인재 육성의 관점에서 도쿄대의 움직임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일본 대학의 가을 학기제 도입에는 걸림돌도 많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초·중·고는 물론 기업 채용도 봄 입학 및 졸업에 맞춰져 있다. 도쿄대는 입학까지의 공백 기간은 신입생들이 근로체험, 국제교류, 봉사활동 등을 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가을 학기제를 본격 시행할 경우 한국 대학들도 '대학의 글로벌화'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도 변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행정학과 장용석 교수는 "국제화 추세에 맞춰 우리도 대학 가을 학기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 수능 한번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현행 입시체제를 개편하는 논의를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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