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유출 의혹에 유탄맞는 학생들

10월 한국시험도 논란…ETS "심각"  美대학 원서접수 코앞이라 좌불안석


지난 5일 한국에서 치른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국내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자칫 10월 시험성적이 취소되면 내년도 미국 대학 입학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SAT 출제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은 "10월 한국 응시자들이 불공정 이익(unfair advantage)을 받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번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일단 ETS의 언급대로 이번 시험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

서울 강남의 A어학원 관계자는 "이번 시험을 보고 난 학생들 사이에서 미국 3월 시험문제와 유사하다는 소문이 흘러나온 것일 뿐 아직 문제 유출이 사실로 확인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과거 한국에서 문제가 유출된 전례가 많아 ETS는 이번 사태를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다. ETS는 "문제 유출에 대해 신뢰할 만한 공식 자료를 얻게 되면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2007년 1월 치른 SAT 시험이 사전 유출 논란으로 성적 자체가 취소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일도 사실로 확인되면 그 같은 극단적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유출이 사실로 확인되고 내 성적이 취소되기라도 하면 유출한 어학원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학생 발언도 올라와 있다.

만약 유출이 사실이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정당하게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다. 대학 원서접수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미국 대입제도는 `얼리(earlyㆍ수시모집)`와 `레귤러(regularㆍ정시모집)`로 나뉜다. 얼리의 경우 11월 초ㆍ중순에 원서를 접수해 이듬해 초 합격자를 발표하며 레귤러는 2~3월에 원서를 받아 4~5월 중 합격자를 가린다. 이렇게 확정된 신입생들은 매년 9월 입학하게 된다.

미국 대입 필수요건인 SAT 성적은 응시 후 대략 3주 뒤에 나오기 때문에 이번 10월 시험성적은 11월 얼리 원서접수에 활용할 수 있다.

SAT는 미국에서 매년 7회, 그 외 나라에선 1ㆍ5ㆍ6ㆍ10ㆍ11ㆍ12월 등 총 6차례씩 치르며 한국에선 한 회당 대략 1000명 안팎의 학생들이 응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이 동남아시아 등에서 SAT 문제를 입수해 사전에 유출한 강남 학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자 이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는 한국의 5월 SAT 시험과 6월 SAT 생물과목 시험을 취소했다. 지난 7월에는 4회(5ㆍ6ㆍ10ㆍ12월)로 줄이는 초강수까지 뒀다.

강남의 B어학원 관계자는 "지난 5ㆍ6월 시험이 취소됐기 때문에 10월 시험에 대부분의 국내 학생들이 응시했다"며 "이번 사태로 만일 10월 성적이 취소되면 학생들의 11월 미국 대학 얼리 원서접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매일 경제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