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3. SERICEO 강의자료에서 발췌

종횡무진 세계사

< 시장이 낳은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

남경태

역사저술가

◆ 아고라의 유래

"나는 도시 한복판에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합법적인 장소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 페르시아 황제, 다리우스(B.C. 5C)

당시 합법적인 장소는 그리스 폴리스 內 아고라

Agora: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던 공공의 광장

시민 활동 - 종교행사, 정치연설, 재판, 사교 등

시민 공간 - 상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 도시사회의 핵심공간, 아고라

사람들이 모이면서 각종 공연이 개최, 아고라는 '볼거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변화

탁 트인 공간에서 건물 형태로 변화

- 기둥과 벽으로 이뤄진 주랑(柱廊, 여러 개의 기둥을 나란히 세운 복도)을 만들고 주변에 동상과 분수로 장식

- 주랑 內 상점이 들어서면서 시장적 기능은 더욱 강화

국정 최고의결기구인 民會를 아고라에서 개최

- 民會가 아크로폴리스로 옮겨진 후에도 아고라에서 중요한 정치행위나 재판 등이 진행

- 도편추방(陶片追放)도 아고라에서 추진

도편추방(오스트라키스모스): 독재자 혹은 중요한 범법자의 이름을 질그릇 조각에 새겨 국외로 10년간 추방하는 제도

행사장, 법정, 시장, 사교장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뤄진 광장

그리스시대 아고라 ▶ 로마시대 포룸

Forum: 고대 로마도시에서 공공집회, 정치연설, 각종 공연이 열리는 시민광장

◆ 다리우스는 왜 아고라를 불신했을까?

페르시아 황제, 다리우스

그리스 아고라는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합법적인 장소"

당시 페르시아는 오리엔트 전제군주국

- 모든 권력이 황제에게 집중되어 누구도 황제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하는 체제

→ 전제군주, 절대군주 체제에서 시장은 물론 상업 자체를 불신

◆ 동양사회에서 상업의 위상

전통적으로 상업을 천시

- 양민의 신분을 사농공상(士農工商, 선비, 농부, 기술자, 상인 등 모든 계급의 백성)으로 구분

→ 상인은 양민 가운데에서도 최하층의 신분

상업(장사) = 사람을 속이는 일

→ 전 사회적으로 상업을 가급적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판단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상업이 반드시 필요

- 최소한의 상업활동을 국가에서 관장

→ 소금, 철 등은 국가 독점품목에 해당

국가가 상업이윤을 독점해 주요 재정수입원으로 활용

상업을 민간에 불허, 상업과 상인을 천시

- 시장이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사회는 부도덕하고 불건전하다고 판단

◆ 조선시대의 시장

官의 필요에 의해 설치된 어용시장

- 서울 종로에 육의전(六矣廛, 독점적 상업권을 부여받고 국가 수요품을 조달한 여섯 종류의 큰 상점)이란 시장이 존재

비단, 면포, 명주, 모시, 종이, 어물 등을 판매

→ 육의전은 官의 허락에 따라 취급품목을 독점

조정에서는 육의전 外 시전(市廛, 남대문~동대문에 이르는 종로 외곽지역에 자리잡은 시장)도 허용

- 단,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운영이 가능

민간시장인 난전(亂廛, 시전상인 이외의 상인이 하던 불법적인 암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

- 육의전과 시전상인들은 난전이 성행하면서 물품독점을 하지 못하자 정부에 강력 항의

- 정부는 시전상인들에게 난전을 단속할 수 있는 권리(금난전권)을 제공

◆ 동양시장 vs. 서양시장

동양과 서양, 역사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한 과정이 상이!

동양시장

- 상거래만 이뤄지는 장소 →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시장문화

-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에선 시장 및 광장의 발달 難

서양시장

- 상거래뿐 아니라 토론, 공연의 장소 →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시장문화

(박철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