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초롱: 선생님,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어떻게 읽으셨어요?

강상흥: 서론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빠져들었어요.

은초롱: 왜요?

강상흥: 서론 두 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저자의 고백에 흥미를 느꼈어요. 저자인 리처드 리스벳 교수는 ‘동양 문화권과 서양 문화권의 신념 체계가 다르다 해도 인간은 누구나 동일한 인지 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심리학의 기본 전제가 연구 결과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17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심리학자인 나에게 인간의 사고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주장들은 그 시사하는 면에서 가히 혁명적이었다. … 인문학자들과는 다르게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근본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첫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세상의 본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둘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고 과정’을 가지고 있다.

  셋째, 사고 과정은 ‘사고의 내용’과 분리될 수 없다. (사고는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은초롱: 이것들이 그렇게 중요한 개념인가요? 저한테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데요.

강상흥: 아주 중요한 개념이에요.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이 만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개념이에요. 영어 공부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에요. ‘영어 공부할 때 동양적 인지 과정으로 공부해서는 안 되고, 서양적 인지 과정으로 공부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은초롱: 동양적 인지 과정과 서양적 인지 과정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상당히 많더군요. 이런 차이들은 아래에서 언급할게요. 이런 차이들을 알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고대 그리스 vs. ‘조화’를 중시하는 고대 중국

강상흥: <생각의 지도> 저자인 리처드 리스벳 교수는 오늘날의 서양 문화가 고대 그리스의 지적 전통을 물려받는 것이고 동양 문화가 고대 중국의 지적 전통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은초롱: 고대 그리스의 지적 전통은 어떤 것입니까?

강상흥: 고대 그리스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문화였고 이러한 사고방식이 오늘날의 서양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44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개인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 보았고, 진리를 발견하는 수단으로서의 논쟁을 중시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같은 맥락에서, 그리스 철학은 개별 사물 자체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아 개별 사물의 내부 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우주는 원칙적으로 단순하고 따라서 파악 가능한 곳이었다.”

은초롱: 고대 중국의 지적 전통은 어떤 것입니까?

강상흥: 고대 중국은 ‘개인의 관계’를 중요시해서 집단을 강조하는 문화였고 이러한 사고방식이 오늘날의 동양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44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인간을 ‘사회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조화라고 생각했다. 그 조화란 도교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융합’이었고, 유교에서는 ‘인간들 사이의 화목’을 의미했다. … 우주는 매우 복잡한 곳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서로 얽혀 있고, 그 안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인간은 마치 그물 줄처럼 얽혀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사고 경향 때문에 중국인들은 어떤 대상을 전체 맥락에서 따로 떼어내어 분석하는 일에 거부감을 느꼈다.”

강상흥: 우리나라도 고대 중국의 지적 전통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문화는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집단’을 강조하는 문화이죠. 집단을 강조하는 문화적 속성이 아래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은초롱: 선생님, 조승희씨 사건과 ‘집단’을 강조하는 문화는 어떤 연관성이 있습니까?

강상흥: 미국에서는 조승희씨 사건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봤고, 우리는 ‘조승희는 한국인’이라는 집단주의적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그런 여론에 의아해했다는 거죠. ‘왜 개인이 저지른 일을 집단이 사과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서양의 독립성 vs. 동양의 상호의존성

강상흥: 서양 문화는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강조하고 동양 문화는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즉, 서양에서는 독립성을 강조하고 동양에서는 상호의존성을 강조합니다. 다음은 57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사회심리학자인 김희정과 헤이즐 마커스는 사람들에게 여러 대상의 그림을 보여주고 그 중 한 사물을 선택하게 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것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골랐다고 한다. 같은 연구에서, 볼펜들을 선물로 주면서 고르게 했더니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색의 볼펜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색의 볼펜을 골랐다.”

강상흥: 다음은 58~59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동양인들에게는 자신이 ‘특별하다’, ‘남들보다 탁월하다’하고 믿게 하는 문화적 압력이 없다. …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다른 구성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집단의 과제 달성을 방해하는 개인의 단점이나 특성을 반드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남들과 마찰 없이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지만, 서양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가르친다.”

강상흥: 이런 차이점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의 답이 됩니다.

논쟁하는 서양 vs. 타협하는 동양

강상흥: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논쟁은 제2의 천성과도 같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어려서부터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거의 없죠. 이것은 아마도 논쟁이 집단의 화목을 깬다는 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은초롱: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와 6번 질문의 연관 관계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과학 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집니다.

1. 연구 아이디어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2. 관련 이론들에 대한 설명

3. 구체적인 가설 설명

4. 연구 방법 및 그 타당성 설명

5.  연구 결과 제시

6. 연구 결과가 가설을 지지하는 주장 전개

7. 다른 대안 주장들에 대한 반박

8. 보다 큰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 언급

강상흥: 미국인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이와 같은 논리적 구조를 학습하기 때문에 대학원생 정도가 되면 이 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양인들에게 이러한 논문 구조는 낯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배우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다음은 78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미국 교수들은 매우 성실하며 똑똑하다고 믿고 선발했던 동양 학생들이 제출하는 첫 번째 논문을 읽고 나서 대개는 크게 실망한다. 단순히 영어가 서툴러서가 아니라 그 학생들의 논문에 논리적 구조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미국 교수들은 동양 학생들의 그러한 문제가 근본적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서양식 수사법에 익숙하지 않아서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강상흥: 동양에서는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도 서양과 다릅니다. 동양에서 분쟁이 생기면 논리적인 주장과 근거를 통해 해결점을 찾지 않고 제3의 중재자를 찾습니다. 이 중재자가 하는 일은 누가 타당한 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두 당사자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갈등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 중재자는 ‘중용’을 내세워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하라고 합니다.

은초롱: 선생님, 7번 질문에 나오는 양비론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강상흥: 양비론은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말합니다.

은초롱: 타협하는 동양의 사고방식과 7번 질문의 연관 관계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한국 신문의 사설은 위에 언급된 제3의 중재자로 나서는 것입니다. 신문이 ‘두 당사자 중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라고 바른 의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타협을 권고하는 것입니다. 분명 신문 제목 옆에는 정론지(正論紙: 바른 의견을 제시하는 신문)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분석 vs. 동양의 종합

강상흥: 서양인들은 세상을 분석적으로 보고 동양인들은 세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봅니다. 서양인들은 사물을 주변 환경과 동떨어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합니다. 개인이 사물의 일정한 변화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양인들은 세상의 구성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으므로 전체 맥락에서 파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매우 복잡하고 가변적이라서 변화들을 통제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의 차이로 말미암아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양과 동양에서 다릅니다. 즉, 서양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분리된 것으로 보고, 동양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연을 등장시키는 광고는 동양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다음은 86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일본의 닛산 자동차 회사가 ‘인피니티(Infiniti)’라는 고급 세단을 미국에서 광고할 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계속 보여주고 맨 마지막에서야 인피니티라는 이름을 내보냈다. 예상대로 이 광고는 미국에서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피니티 대신 나무나 바위의 판매고만 증가했다고 한다.”

강상흥: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는 다음 8번 질문의 답이 됩니다.

은초롱: 선생님,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와 9번, 10번 질문의 연관 관계는 무엇입니까?

강상흥: 침술은 ‘서로 연결된 사람 몸의 특정 부위에 가늘고 날카로운 바늘로 자극을 주어 막힌 부분을 뚫으면 생체에너지가 원활하게 순환되어 치료된다’는 종합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수술은 ‘인간의 몸에서 병에 걸린 일부분만 도려내면 치료된다’는 분석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진 찍을 때, 동양인은 주변 환경과 사람이 연결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서양인은 주변 환경과 사람은 서로 분리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