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인터뷰를 해본 사람은 안다.

영어로 \'복잡한 내용\'을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사람은 대개 -READING-LISTENING-SPEAKING-WRITING순서로 영어에 진입한다.

모든 단계가 어렵지만, SPEAKING은 정말 어렵다. 여기에서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에 들어가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전문적인 수준의 의사를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반기문총장은 외교부에 오랫동안 근무했었고, 외교부에서도 영어를 매우 잘하는 축에 속했다.

그런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반기문총장이 유엔사무총장이 되면,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어렸을 때 외국에 장기간 산 경험이 없는 한국인이라면, 중고교나 대학교육을 외국에서 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숙명처럼 부닥쳐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는 자신의 모국어로 하기도 쉽지 않다. 워낙 복잡한 내용이 제기되는데, 그런 내용을 모두 숙지해서,,그 뉘앙스를 설명해야 하고, 복잡한 질문은 피해가야 하는데,, 한국에서 대부분의 교육을 받은 반기문총장이 능숙하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유엔사무총장은 한반도, 한미 관계가 아닌,,,중동에서부터 아프리카 온갖 복잡하고 다양한 사안을 다뤄야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자리다.

개인적으로 정말 언어는 지식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유학경험이라곤 해본적이 없는 필자도,영어를 하게 될 때마다 어렵다는 점을 많이 느낀다. 요즘은 영어를 쓸일도 거의 없지만. 예를 들어 스포츠 관련 영어는 아무리 들어도 도통 들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스포츠에 대해 문외한 이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게 \'지식의 외연\'이기 때문에, 익숙한 주제가 아니면 알수 가 없는 것이다.

사실 한국어를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복잡한 경제현상에 익숙하지 않으면,,경제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어를 잘 아는 사람이, 누구나 물리학 주제에 대해 한국어로 토론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처음 취임하고 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 취재를 위해 갔을 때에도 괜히 내가 긴장될 정도였다.  

첫근무를 시작한 뒤 반 총장은 첫 기자회견을 무사히 넘겼다. 그 뒤로 몇 차례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유엔에 출입하는 외국 기자들에게 슬쩍 "반 총장 영어는 어떤 것 같아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큰 문제는 없는데, 쓰는 표현이 좀 반복되는 것 같더라"는 대답이 들어왔다.

듣고 보니 그랬다. 이를테면, 기자회견에 들어가보면  'unacceptable" 'reciprocal" 등의 어휘가 몇 차례나 반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어라는 언어는 사실 한국어보다 어휘가 더욱 풍부하다.

영어로 글쓰기를 할 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똑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할 때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기자들에게선 그런 점이 걸렸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정말로 반총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놀라운 학습능력이었다. learning curve가 내가 봐도 정말 대단했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부터, 그의 기자회견은 이전보다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농담도 하면서 힘이 붙기 시작했다. 영어 기자회견은 조크가 필수요소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반총장은 쉬지 않는 사람이다. 반총장은 항상 공부를 한다. 중동, 환경, 기후, 개발, 아프리카 등 유엔 주요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현안을 파악하자 그의 기자회견과 인터뷰의 퀄러티가 확연히 달라졌다. 그가 그동안 읽은 리포트가 얼마나 많았을까,,아마 수천 페이지, 수만 페이지를 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외국어라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